영화 줄거리
벤(비고 모텐슨)은 여섯 명의 자녀들과 함께 미국의 깊은 숲속에서 문명과 단절된 채 독자적인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살아간다. 그는 자녀들에게 철학, 과학, 문학 등 고급 학문을 가르치고, 체력을 단련시키며,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심어준다. 하지만 아이들의 어머니가 오랜 정신 질환 끝에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은 문명 사회로 나오게 된다.
도시로 나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기존 사회와 충돌을 겪고, 벤의 교육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벤은 자신의 신념과 가족의 행복 사이에서 갈등하며,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다.
감상평
이 영화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주제는 '올바른 교육 방식이란 무엇인가'와 '자연 속 삶과 문명사회'입니다. 벤의 아이들은 학교를 가는 대신 사냥을 하고, 캠핑을 하며 책을 읽고 같이 토론을 합니다. 핸드폰, 게임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어린 나이부터 사회인들에게 익숙한 것들과는 거리가 있는 교육을 배웁니다. 벤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은 배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기존의 교육 제도와 사회 시스템을 비판합니다. 그리고 자유롭고 자기가 혼자 배워가는 교육이 교육으로서의 가치가 훨씬 높다고 생각합니다. 벤의 방식이 이상적이지만, 현실과 맞닿았을 때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들, 예를 들면, 또래와의 유대 단절,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 등이 아이들을 고립시켰습니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에서 벤의 가족의 설득으로 벤은 자신의 가치관을 어느정도 내려놓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저도 벤의 교육 가치관에 어느정도 동의를 하는 입장이지만, 벤의 경우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사슴을 직접 사냥하게 하는 장면은 자연 속 생존법을 가르치려는 의도지만, 문명 사회에서 성장한 제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극단적인 방식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장남 보덴이 이성을 대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숲속에서만 살아온 그는 사회적 경험이 거의 없어, 여자에게 서툴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같이 관람하던 친구도 당황과 황당함이 섞인 웃음을 내뱉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쉬웠던 점
우선, 위에서 말했던것처럼, 벤의 방식이 비이상적으로 극단적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이기도 했고, '저런 교육 방식이 '올바른 교육'에 대한 깊은 철학을 가진 사람이 내린 결론일 수 있단 말인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영화적인 요소 때문에 과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 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아이들이 너무 똑똑하고 지적이었습니다. 막내 아이가 법조문을 암송하는 장면을 보고 저건 좀...하는 생각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암송한다는 게 올바른 교육인가 싶기도 했고요.
또한, 문명 사회와 벤의 가치관이 충동하는 장면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벤의 방식이 틀렸다, 옳다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열린 결말로 남긴 점이 철학적이기는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뭐지'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 개개인의 서사와 갈등들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아이들이 여럿 등장하지만, 큰아들 보덴 말고는 다른 아이들의 개성이 뚜렷하지 않았어서 '가족'이라는 느낌을 받기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아이들이 NPC같이 그냥 있는 백드롭같은 존재같이 느껴졌다고해야할 것 같습니다.